1995년 선창산업주식회사 노동조합 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해 2월 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노조는 새 위원장 선거에 돌입한다. 3인이 출마한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결선투표에서는 조합원 총1065명 중 1013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무표효 18표가 발생했는데, 유효표 995표 중 후보 A가 502표, 후보 B가 493표를 획득했다. 무효표를 합친 1013표를 기준으로 하면 과반수는 507표고, 무효표를 뺀 995표를 기준으로 하면 498표가 과반수가 된다.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유효표인 995표를 기준으로 과반인 502표를 얻은 A후보를 당선자로 확정하자, B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심은 노조 선관위와 A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서울고등법원은 "노조 내부 규정인 '위원장선거관리시행령'에 따르면 '총 유효투표수' 과반을 획득한 후보를 당선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권·무효표를 모두 합한 투표수를 기준으로 과반수를 계산하면, 조합원 일부가 의도적으로 기권하는 경우 임원 선출이 불가능해 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대법원 1995.8.29. 95마645). 재판부(주심 안용득)는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노조법 19조(현행 노조법 16조)는 "임원 선거 관련 사항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총회는…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비록 노조 내부 규정인 '위원장선거관리시행령'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당선 기준으로 정하고 있지만, 그보다 상위법인 노조법 19조가 우선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노조법 19조는 조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라며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위해선 19조에 따라 '총투표자' 과반수의 득표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의 당선자 확정을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이 판결 소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제출한 '위원장 등 임원변경신고'에 대해 20년이 지난 이 판결을 근거로 반려한 바 있다.
전교조는 2014년 12월 제17대 위원장 선거를 치렀지만, 위원장에 당선된 후보가 유효투표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50.23%를 득표하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전교조 내부 규정에는 '유효 투표수의 과반을 넘으면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전교조는 결선 투표 없이 이 후보의 당선을 확정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앞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 임원선거는 '총투표수'를 기준으로 (과반수를 정해야) 한다"며 임원변경 신고를 반려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이 판결은 노조 위원장 선거가 박빙인 경우 드물게 언급되는 판결"이라며 "민주당 내부 규정에서 과반수 해석과 관련한 규정이 있다고 해도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에 이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면 우선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0&oid=015&aid=000461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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